"원격근무 정착 위해선 기술 이외에 섬세한 HR 정책 뒷받침 필요"

입력 2021-11-08 15:22   수정 2021-11-08 15:23


코로나19로 원격 근무 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도입해보니 이를 잘 운용하는 게 어렵다는 기업도 적지 않다. 고립감을 호소하는 직원이 나오고 생산성이 저하되는 등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프랜 카츠오다스 시스코 부회장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원격 근무 체제를 잘 정착시키려면 좋은 기술과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섬세한 인적 자원 관리(HR)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웹엑스와 같은 세계적인 원격 회의·근무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스스로도 원격 근무를 적극 실천하는 회사다. 팬데믹 이전에도 시스코 직원 66%는 주 2일 이상 원격 근무를 했다. 올 8월엔 사무실 근무와 원격 근무 선택을 100% 개인과 팀 자율에 맡기는 ‘하이브리드 근무’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하이브리드 근무로의 전환을 주도한 게 카츠오다스 부회장이다. 그는 시스코에서 인사 관련 정책을 총괄한다.

카츠오다스 부회장은 “원격 근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긴 하나 유연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 안에서도 팀과 개인별로 근무 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시스코는 원격 근무를 하향식으로 명령하는 게 아니라 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며 “90일간 원하는 방식대로 근무 체제를 운영해본 뒤 스스로 평가하고 조정하는 기간을 갖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직원 복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근무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카츠오다스 부회장은 “재택근무 선택이 보상 수준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직원의 재충전을 지원하는 HR 정책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지난해 5월 ‘데이 포 미(day for me)’를 시행했다. 본사, 지사를 불문하고 세계 시스코 임직원이 일제히 쉬는 날이다. 연차 삭감도 없다. 전사의 업무가 일시 정지되기 때문에 쉬는 동안 갑자기 업무 하달이 올 일도 없다. 데이 포 미는 약 석 달에 한 번꼴로 시행되고 있다.

올 5월엔 ‘배움의 주’인 ‘팀스 위크(teams week)’를 선보였다. 본사 차원에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1주 과정의 30여 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게 했다. 4만5000여 명 직원이 팀스 위크에 참여했다.

시스코는 웹엑스 솔루션 자체에도 웰빙 지원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카츠오다스 부회장은 “최근엔 ‘스라이브 리셋’이란 기능을 추가했다”며 “웹엑스로 화상 회의·미팅을 하는 중간에 1분 정도 휴식 시간을 부여해 심호흡, 스트레칭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올 5월 추가한 ‘피플 인사이트’ 기능은 자신의 미팅·회의 시간 추이, 언제 누구를 만났는지 등 상세한 근무 이력을 기록해준다”며 “직원은 이를 보고 업무 패턴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카츠오다스 부회장은 “직원의 웰빙이 보장되지 않으면 리더십도 확보할 수 없다”며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은 웰빙이 리더십의 일부라고 여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는 이미 하나의 문화가 돼 팬데믹이 끝나도 계속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근무 방식에 상관없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직원의 복지를 향상시킬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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